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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불안감 상기..."노후원전, 수명연장 아니라 '안전한 폐로' 목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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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불안감 상기..."노후원전, 수명연장 아니라 '안전한 폐로' 목표해야"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3.11.30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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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
진앙을 중심으로 남동 방향 10㎞에 월성원전 있어
격납건물 압력경계에 장치된 비내진 앵커볼트 문제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 공개하지 않은 것, 원자력안전법 위반"

30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으로 인해 이날 온 국민이 새벽 5시에 긴급재난문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아침 기상을 해야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4시55분께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발생 위치는 북위 35.79, 동경 129.42이며 발생 깊이는 12㎞다.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이원길 통보관이 오늘(30일) 새벽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0의 지진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진계에 기록된 최대 진도는 경북은 진도 5[Ⅴ(5)]로,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수준이다.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진다. 울산은 진도 Ⅳ(4)를, 경남, 부산은 진도 Ⅲ(3)를 기록했다.

진앙을 중심으로 남동 방향 10㎞에 월성원전 있어

원전 가까이 발생한 지진으로 잊고 지내던 핵발전소 사고의 불안감이 상기되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을 중심으로 남동 방향 10㎞에 월성원전, 서북 방향 2.5㎞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동북 방향 2㎞에 월성방사능방재센터가 있다.

이날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정부가 노후원전을 수명연장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익명의 제보자가 제출한 국내 노후원전의 부적합 앵커볼트 자료를 발표했는데, 부적합 앵커볼트는 총 14기의 국내 원전에 시공됐고 이중 10기는 노후원전이다.

앵커볼트는 원전의 콘크리트 바닥, 벽체에 매립해 설비를 고정하는 기계 장치로, ▲설계도면에 적시된 기준이 요구하는 재질이어야 하고, ▲설계상 요구된 길이보다 지나치게 짧거나 길지 않은 균일성을 확보해야 하며, ▲설계와 시공이 일치해야 한다. 또한 원전의 안전 관련 설비들은 법적 설계 기준에 따른 앵커볼트가 시공되어야 하고, 위의 시공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설계기준 부적합으로 운영정지 혹은 운영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안전 관련 설비에 설치되는 앵커볼트는 내진 성능이 검증된 Q등급이 요구되며, “안전에 중요한 구조물·계통 및 기기”에 포함되는 중요 부품이라는 것.

올해 1월 발표된 행정안전부의 한반도 동남권 활성단층 조사 결과, 고리와 월성원전 32km 반경 이내 총 7개의 활동성 단층이 확인됐고, 동남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월성원전과 10-20km 거리에서 활동성 단층 3개를 추가 발견했는데, 이는 모두 원전 내진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원전 안전을 담보할 주요 안전 부품이 내진 성능이 없거나 설계기준 미달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맨오른쪽이 월성4호기 /사진=뉴시스

월성 1, 2, 3, 4호기의 격납건물 압력경계에 장치된 비내진 앵커볼트 문제

격납건물은 원전 설계사고시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이 없도록 방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격납건물 내 기기는 법적기준에 따라 내진성능이 검증된 앵커볼트로 설계기준에 적합하게 시공되어야 한다. 지진 시 격납건물 내 기기들이 위치를 이탈해 손상되지 않고 하중을 버티기 위해서다.

"월성 3호기 격납건물의 총 353개 기기 중 279개를 실측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NSQ 등급, 즉 비내진 등급으로 장치된 앵커볼트 개수는 약 1천3백 개에 달한다. 월성원전은 동일한 설계로 시공됐기 때문에 나머지 월성 1, 2, 4호기 격납건물도 유사한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내진 앵커볼트는 지진 시 흔들리는 기기의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시공 부위에 균열, 돌출, 파손 등의 손상을 미치게 된다는 게 제보자의 지적이다. 이는 현재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된 위치가 격납건물 압력경계(바닥, 벽체, 돔)이고, 시공 개수가 1천 개가 넘기 때문에 격납건물에 대규모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지진 발생 시 비내진 앵커볼트로 인해 기기 손상 및 격납건물의 균열을 통해 경주, 울산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으로 방사능 수증기가 누출되는 원전 사고와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지진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술기준규칙 '원자로시설의 안전등급과 등급별 규격에 관한 규정'상 안전등급 설비인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를 장치한 것은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 기준에 미달해 운영정지나 운영허가 취소를 명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국내 가동원전 13기의 안전 관련 설비에 부적합 앵커볼트 장치됨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동원전 13기의 안전 관련 기기는 총 1천830개이고, 앵커볼트 개수는 약 1만 2천 개다. 이중 설계도면에서 요구하는 앵커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앵커볼트도 약 1천 개가 넘는다. 전체 앵커볼트 대비 10%가 설계기준 미달이라 부적합 사항이다.

"이들 기기는 모두 안전등급(Safety Class)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기준에 따라 설계도면이 요구한 앵커볼트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질이 확인되지 않은 앵커만 약 3천3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관련 기기는 하중이 큰 것이기 때문에 고강도(A449, A325)를 위주로 사용하는데 반해, 저강도 앵커볼트(A307, A36) 약 7천74개가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10년간 제보로 공개된 원전 부품이나 위조성적서 비리, 격납건물 공극(구멍)과 같은 여러 문제에 대해 항상 ‘안전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지난 9월 시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는 허가 기준 부적합 앵커볼트 모두 교체해야 했다. 문제는 가동 중 원전의 경우 다른 설비의 간섭과 같은 이유로 앵커볼트 추가 시공이나 재시공이 매우 제한되며, 특히 격납건물은 재시공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의 앵커볼트 문제는 수명연장 심사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

한수원이 설계 기준 미달의 부적합 사항을 발견하고도 보고 및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안전법 위반

월성원전의 전체 격납건물과 가동원전 13호기에 설치한 설계 기준 미달의 앵커볼트는 기술기준규칙 제83조에 따라 시정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다. 원자력안전법 제15조의 3에 한수원의 부적합 사항 보고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제117조 제7호에 따라 보고 안 했거나 거짓 보고한 경우의 처벌 수준도 명시되어 있다.

한수원은 부적합 사항을 열린원전운영정보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나 위의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선 아직 공개된 입장이 없다. 원안위는 2023년 1월 월성원전 사용 후핵연료 저장수조와 폐수지저장탱크의 방사성 물질 누설과 앵커볼트 관련 특정감사를 종료했으나 아직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원안위는 수년 전부터 문제를 인지하고도, 현재까지 위와 같은 규제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의 고의성이 확인되는 경우, 이는 형법상 직무유기죄(제122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독점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노후원전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 없는 약 4천 개의 앵커볼트가 박혀있어도 이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면 관련자와 책임자에겐 상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적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안전법과 형법상 위법 사항을 검토하여 시민들과 원전 규제기관 및 한수원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탈핵 경주시민 공동행동'은 “시민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2016년 9월12일의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며 “원전에서 10㎞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잠시 잊었던 핵발전소 사고의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했다.

월성원전은 수명을 연장하던 중 조기 폐쇄된 1호기에 이어 2·3·4호기가 2026년, 2027년, 2029년에 각각 30년 수명이 완료된다.

단체는 “정부는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무리한 수명연장 추진을 중단하고, 위험한 활성단층에 둘러싸인 2~4호기의 안전한 폐로 절차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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