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리스크·IB부문 실적 악화
라임·옵티머스...내부통제 실패
양종희 회장 ‘변화·쇄신’ 기조와도 어긋나
[포인트경제] 굳건해 보였던 KB증권 김성현 대표 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적 하락에 이어 내부통제 실패, 코드 인사 의혹, 종가 왜곡 거래 제재까지 온갖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연임 명분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19년 취임 이후 다섯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실적 부진과 반복된 내부통제 논란, 인사 공정성 시비로 리더십의 정당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0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9% 감소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경쟁사들은 모두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대비가 선명했다.
실적 부진의 핵심 배경은 김 대표가 총괄하는 IB 부문의 리스크 관리 실패로 지목된다. KB증권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실적 둔화 사유로 제시하지만, 과거 김 대표 주도로 공격적으로 확장한 PF 익스포저가 결국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IB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고, 자산운용(S&T) 부문도 21.2% 줄어 전체 실적 하락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의 실적 자체가 나쁘지 않지만, 경쟁사 대비 성장성이 부각되지 못했고, IB 부문 실적 악화가 연임에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 측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충담금 부담이 전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내부통제 실패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김 대표 재임 기간 KB증권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기관경고’를 받았고, 랩·신탁 채권 돌려막기 등으로 또 한 차례 중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도 직원 횡령, 미공개 정보 이용 등 각종 금융사고가 이어지며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아울러 조직 운영에서도 ‘IB 사단’ 중심의 코드 인사와 특정 학연·지역 출신 위주의 인력 기용이 이어지면서 내부 반발과 사기 저하가 누적됐다. 핵심 보직이 잇따라 IB 출신에게 돌아가자 보은성 인사라는 의혹이 커졌고, 이는 다른 부서 직원들은 기회 배분의 불균형에 불만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KB증권의 자기매매 과정에서 종가 형성에 과도하게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종가 단일가 시간대에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매도해 시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KB증권에 ‘회원 경고’를 부과했다. 또한, 관련 실무 임직원 2명에 대해서는 ‘회원 자율조치’ 권고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쇄신 기조도 김 대표에게 부담이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세대교체와 쇄신에 방점을 둔 인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고연령대 계열사 대표로 젊은 리더십 강화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 속에, 실적과 신뢰도 하락이 더해져 6연임 가능성이 위태로워졌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