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상징이자 민주화 문화운동 거목
"스스로를 늘 낮추고 겸손"
1991년 학전 개관... 공연, 문화계 수많은 인재 발굴
학전, 33년간 총 359개 작품 기획·제작
"멜로디 하나 가사 한줄이 총칼보다 더 강한 힘 보여줘"

[포인트경제] '아침이슬', '상록수', '친구', '가을 편지' 등 국내 포크 대부로 불리는 김민기(73) 전 학전 대표가 위암 투병 끝에 21일 별세한 가운데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기 /학전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김민기가 암투명 끝에 전날 별세했다. 그는 70~80년대 청년 문화의 원형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건전가요로 지정됐던 '아침 이슬'은 1972년 10월 유신이 있고 금지곡이 됐다. 김민기는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노래 부르기를 지도하다 동대문 경찰서로 연행되면서 이 음반이 전량 압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상징이자 민주화 문화운동의 거목이기도 하다.

1978년 발표한 노래굿 '공장의 불빛'은 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노래극'으로 당시 노동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신이 투사로 불리는 것에 넌더리를 냈으며, 정작 싸워본 적이 없다며 몸을 낮췄다고 전해진다.

김민기는 가수지만 음반만 냈지 실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은 거의 없다.

1993년 낸 김민기 전집을 발매했는데 이 계약의 선불금으로 1991년 학전(學田)을 개관했다. 학전은 공연계와 문화계의 수많은 인재들을 발굴했으며, 김광석이 그 유명한 1000회 공연을 열었다. 여행스케치, 박학기, 윤도현, 장필순, 권진원, 김형석 등이 이곳 무대에 섰다.

학전은 한자로 '배울 학(學)'에 '밭 전(田)' 자다. 일종의 못자리 농사라는 뜻이다. 문화예술계 인재를 촘촘하게 키우되 큰 바닥에서 추수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일종의 인재 사관학교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김광석, YB 윤도현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들, 황정민·설경구·김윤석·장현성·조승우 같은 영화계 버팀목이 된 '독수리 5형제'가 탄생했다.

학전은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제작해오면서 수많은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터전이자 수많은 관객들의 삶 속에 함께 해왔다.

옛 학전 소극장 건물 외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옛 학전 소극장 건물 외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형 뮤지컬의 상징인 '지하철 1호선'도 학전의 대표작이다. 4000회 넘는 공연으로 73만명을 불러 모으며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썼다. 황정민·설경구·김윤석·장현성·조승우 '독수리 5형제'를 비롯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이 뮤지컬에 출연했다. 월드클래스 재즈보컬 나윤선은 1994년 '지하철 1호선' 초연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학전은 일종의 장례식이었던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개관 33주년 당일인 지난 3월15일 폐관했으며, 학전의 정신을 이어 받아 넉달 만인 최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학전은 지난 1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공로상, 지난 2월 '제21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았다. 뮤지컬계와 대중음악계에서 같은 해에 특별상을 받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김민기가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지난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수 김민기가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김민기는 지난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우리 문화예술계에 대한 공을 인정 받아 지난 2020년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제30회 호암상 수상자' 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뉴시스에 따르면 생전 김민기와 친분을 나눈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게 음악을 통해 청년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가수 박학기는 "아름다운 멜로디 하나 가사 한줄이 총칼보다 더 강하고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준 음악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고인과 평소 절친했던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한국대중음악상 전 선정위원장)는 "제겐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다. 대학 1학년 때 제 삶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는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의 정전(正傳). 노랫말과 선율, 음성은 물론이고 메시지와 향후 행보까지 총합해 삶 자체를 커다란 흐름의 음악으로 만들어낸, 강물과 같았던 예인"이라고 말했다.

김민기 /학전
김민기 /학전

지난 4월 SBS TV 'SBS 스페셜 -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에서는 김민기의 예술적인 면모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조문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가능하다.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받지 않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2,3호실), 발인 24일 오전 8시, 장지 천안 공원묘원.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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