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매입 과정서 LLC 설립...실소유 은폐 정황
2020년 홈플러스 실적 급락과 고가 부동산 투자 시점 겹쳐
[포인트경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로 ‘먹튀·투기자본’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김 회장이 뉴욕 맨해튼의 초고가 콘도에 이어 미국 뉴욕 사우스햄튼의 수백억원대 여름 별장을 보유한 사실이 추가 확인됐다. 특히 해당 별장 매입 시점이 홈플러스가 적자전환 직전이던 2020년이었고, 유한회사(LLC)를 앞세워 실소유를 은폐하려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의 눈총이 한층 커지고 있다.
▲ 사우스햄튼 별장 300억 매입...LCC설립해 실소유 은폐 시도
미국 LA 기반 매체 선데이저널USA는 13일(현지시간) 김 회장이 2020년 9월 뉴욕 롱아일랜드 사우스햄튼 해변가 저택을 약 2천50만달러(약 300억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햄튼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고가 부동산 밀집 지역으로 꼽히며,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조 바이든 등 전·현직 대통령과 세계적 유명인들이 찾는 ‘부호들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2025년 기준 평균 집값이 593만달러(약 86억7천만원)에 이르지만, 김 회장이 매입한 별장은 이보다 세 배 이상 비싼 초고가 매물이다.
해당 별장은 대지 약 1,250평, 건평 약 150평 규모로 침실 6개, 욕실 6개, 전용 수영장, 사유 해변을 갖춘 최고급 휴양용 주택이다. 뉴욕 부동산 기업 ‘더글라스 엘리먼’ 창업주 하워드 로버가 신축한 매물로 최초 매물가는 2천999만달러(약 430억원)에 달했으나, 가격이 하락하자 김 회장이 사들였다.
문제는 김 회장이 이 별장 소유 사실을 감추기 위해 별도 법인 ‘25 포테이토 로드 LLC’를 설립해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점이다. 해당 법인은 매입 3개월 전인 2020년 6월 뉴욕주에 설립됐으며, 주소지는 실소유자 추적이 어려운 법인설립대행업체 주소로 등록됐다. 그러나 미국 서폭카운티의 재산세 부과 자료에서 실제 소유자가 김 회장(표기명: C/O MICHAEL B KIM)으로 기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폐 시도 의혹이 불거졌다. 고지서 발송지는 김 회장 소유 맨해튼 콘도로 확인됐다.

이 별장은 매입 당시 ‘계절주택(Seasonal Residence)’으로 분류돼 있었으며, 이는 김 회장이 여름철 휴양용으로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김 회장은 해당 주택을 ‘연중 거주용’으로 변경 신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 홈플러스 실적 급감 시기와 부동산 확보 시점 맞물려
특히 별장 매입 시기는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실적이 악화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영업이익은 3091억원이었으나, 2020년 933억원으로 5년 만에 70% 감소했고 2021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실적 부진이 가속화되며 결국 올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으나 자기자본은 약 2조40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4조원대는 국내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했다. 인수 후 20여 개 점포를 매각하며 4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리테일투자→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로 이어지는 4단 구조를 통해 상단 법인이 조달한 차입금을 하단 사업회사의 현금흐름으로 상환하는 전형적 ‘이중 레버리지’ 방식이 적용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초고가 콘도 장남에 무상 증여...부동산 자산 지속적 확장
김 회장은 이 별장 외에도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2천590만달러(약 350억원) 상당의 초고가 콘도를 보유했으며, 해당 콘도는 2021년 장남에게 무상 증여돼 논란이 일었다. 장남 역시 브로드웨이 인근에서 별도 콘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김 회장은 2009년에도 맨해튼 콘도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해외 부동산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미국 부동산 기록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맨해튼 일대에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복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김 회장의 개인 자산 축적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사회적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대규모 구조조정, 협력업체 경영난 등 구조적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 MBK의 책임경영 논란도 지속돼 온 만큼 “투자 수익 극대화만 추구하고 국내 기업·근로자의 피해에는 무책임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1963년생인 김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창업주의 사위로, 장인의 영향력 속에 글로벌 금융권 경력을 쌓아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하며 한국 재계에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포스코 내부에서 박태준 상징성이 희미해지고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투기자본’ 비판을 받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김 회장을 둘러싼 평가는 과거와 달리 점차 냉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