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고려아연 측 기각신청 전면배척
제3자 증언·문서까지 포괄적 개시 허용
[포인트경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영풍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증거개시 신청이 정당하다는 점을 미국 법원이 재확인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19일(현지시각) 영풍이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상대로 한 증거개시 인가 취소 및 무효화 신청을 전면 기각하고, 기존 증거개시 명령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외국 소송 지원을 위한 미국 연방법 제1782조 절차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페달포인트 측이 제기한 모든 기각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페달포인트가 영풍의 한국 주주대표소송상 당사자적격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영풍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하고 이번 증거개시가 한국 주주대표소송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은 미국 내 페달포인트와 그 임원들로부터 이그니오 인수 관련 문서, 이메일, 내부평가자료, 협상 기록 및 증언 등을 확보할 법적 권한을 얻었다. 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고려아연 이사진 대상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미국 내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인 전자 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한 데 대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일환이다.
2022년 고려아연 경영대리인인 최윤범 회장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이그니오를 약 5800억 원이라는 과도한 가격에 인수하는 결정을 해 회사와 주주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매도자에게는 투자금의 약 100배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그니오는 2021년 2월 설립된 신생회사다. 2022년 7월 페달포인트가 1차로 지분을 인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설립 후 1년 6개월도 안 된다. 특히 이그니오 설립 후 5개월 만인 2021년 7월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설립 초기 자본금의 100배를 넘는 가격에 인수 협상을 벌인 점은 일반적인 인수합병 거래와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다.
이그니오 설립 초기 출자 자본금 총액은 약 275만 달러(주당 27.5달러)였다. 페달포인트가 이그니오 구주 인수대금으로 지불한 금액은 약 3억 달러(7월 거래분 주당 2466달러 및 2621달러, 11월 거래분 주당 2708.7달러, 신주 제외)로 초기 자본금의 100배가 넘는다. 이그니오 설립 초기 주주들은 회사 설립 후 1년 6개월 만에 100배의 수익을 얻었다. 매도자 측은 이그니오 지분 47.5%를 보유한 1대주주 MCC NFT 외에 Windchime Limited(5%), PCT Igneo Investor LLC(38.2%), 타르사디아 그룹(5.7%) 등 투자펀드 위주로 구성됐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자사의 주주로서 권리 행사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 노력이 국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밝혔다.
한국 주주대표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내년 1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