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교류까지 영토 갈등 프레임에 끌어들여
사실관계보다 논조 강조… 일본 내부에서도 다른 시각 존재
지방 교류를 외교 갈등의 도구처럼 해석하는 접근은 한계 분명

[포인트경제] 한국 경상북도와 일본 히로시마현이 최근 체결한 우호 교류 협정이 일본 내부에서 예상 밖의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일부 보수 성향 언론은 이번 협정을 독도 문제와 직접 연결하며 부정적 해석을 내놓고, 지방정부 간 협력까지 영토 갈등의 틀 안에서 바라보는 접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지역 교류의 본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양국이 최근 조심스럽게 쌓아온 교류 확대 흐름과도 거리가 있다.

이번 협정은 교육·문화·청소년 프로그램, 경제 교류 등 실제 교류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협정문 어느 곳에서도 독도에 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일본 언론은 히로시마현이 경상북도와 교류를 강화하는 배경을 독도 문제와 연계하려는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국가 외교 사안과 지방정부 교류의 기능적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모든 상호작용을 영토 갈등의 확장으로 보는 단선적 시각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자들이 모여 있다/산케이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자들이 모여 있다/산케이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독도는 한국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영토이며, 이에 대한 한일 간 견해 차이는 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외교적 사안이다. 지방정부는 외교 협상 권한을 갖지 않으며, 대신 문화·경제·관광 등 현장에서 체감되는 실질적 교류를 담당해 왔다. 중앙정부 외교가 정치·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지방정부는 시민들의 일상과 직접 연결되는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구조를 감안할 때, 지방 간 협력을 영토 문제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제도적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협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의 비판적 논조와 달리, 지역 간 교류 확대를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일각의 보도는 지방정부의 자율적 역할을 축소하고, 지역 교류마저 외교적 갈등 구조 속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반복될 경우 지방정부가 수행해온 협력의 폭은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 간 교류는 중앙정부 외교를 보완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영토 갈등과 결부된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면 실질적 협력 통로가 축소되고, 시민 교류·경제 연계·문화 활동 같은 비정치적 협력이 불필요하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갈등 요인이 남아 있지만,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방 차원의 교류는 더욱 필요하다. 지역 교류는 상호 인식 개선의 기반을 만들고, 긴장을 완화하며, 미래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하는 실질적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협정을 둘러싼 일부 과도한 해석이 지역 협력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보다 균형 잡힌 시각과 사실 기반의 접근이 요구된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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